중국 자동차 산업, ‘내부 경쟁(内卷)’ 격화… 대기업 대표들 공개 설전

2025 중국자동차충칭포럼이 막을 내렸지만, 업계의 ‘내부 경쟁(内卷)’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주요 완성차 업체 대표들이 공개적으로 서로를 비난하고 설전을 벌이는 모습까지 벌어지며, 그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포럼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장면은 **BYD(비야디)**와 지리자동차(Geely) 관계자들 간의 날 선 공방이다. 통상 업계 간에는 수면 아래서 경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이례적으로 공개적인 비판이 오갔다. 일각에서는 “체면을 완전히 벗어던진 설전”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BYD의 브랜드 및 홍보 총괄 리윈페이(李云飞) 총경리는 “비야디는 음흉한 술수와 경쟁사를 깎아내리는 행위를 단호히 거부한다”며, “일부 업체들이 경쟁에서 ‘후흑학(厚黑学, 뻔뻔하고 교활한 행태)’을 쓰고 있다. 어리석고 악의적이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지리자동차의 고위 부사장 **양쉐량(杨学良)**은 “내부 경쟁은 가장 저급한 자살 행위이며, 일부 업체들이 ‘경쟁왕’을 자처하는 것은 중국 자동차 산업을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양 부사장은 특히 비야디의 ‘상압(常压) 연료탱크’ 논란을 재차 언급하며, 해당 사안을 공개 신고한 **장청자동차(長城汽車)**의 웨이젠쥔(魏建军) 회장을 “정직하고 용기 있는 내부고발자”로 치켜세웠다. 그는 “지리 역시 해당 모델에 대한 해체 검사를 진행했고, 장청과 동일한 결론을 얻었다”며, “이 사안은 반드시 명확한 결과가 있어야 하며 흐지부지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리 회장인 **리수푸(李书福)**도 영상 연설을 통해 “일부 업체들의 경쟁 방식은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라며 비야디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덧붙였다.

■ ‘상압 연료탱크’ 논란 재점화

사건의 발단은 2023년 5월, 장청자동차가 비야디의 인기 PHEV 모델인 Qin PLUS DM-iSong PLUS DM-i에 대해 상압 연료탱크를 사용해 증발가스 배출 기준을 위반했다며 당국에 공식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비야디는 즉각 반박 성명을 내고, “장청이 보낸 차량의 검사 방식과 절차가 규정에 부합하지 않으며, 관련 시험 결과도 무효”라고 밝혔다. 또 자사 차량은 “국가 표준을 충족하고, 권위 있는 기관의 인증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논란은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이례적인 ‘업계 간 공개 신고전’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으며, 아직까지도 당국의 명확한 판단은 나오지 않았다. 웨이젠쥔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조사단이 꾸려졌으며, 공정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포럼 이후 리윈페이는 자신의 SNS를 통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비야디는 법규를 준수한 상압 연료탱크를 사용했고, 정기적으로 엔진을 작동시켜 연료 증발가스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이후 일부 소비자들이 불편을 제기하면서 고압 탱크로 전면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른 업체를 겨냥해 “저장성의 한 주요 기업도 2018~2023년까지 같은 상압 시스템을 사용했다”며, 이들 역시 법규를 따랐을 것이라고 반격했다.

■ 다시 불붙은 ‘비야디 재무 의혹’

한편, 웨이젠쥔 회장은 인터뷰에서 “중국 자동차 산업이 과도한 확장과 내부 경쟁에 빠졌으며, ‘자동차판 헝다(恒大)’가 이미 나타났다”고 발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비야디는 즉각 재무지표와 인증자료를 공개하며 방어에 나섰다.

리윈페이는 추가 SNS 글을 통해 “허베이 지역의 모 자동차 기업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의로 고부채, 회계 조작 등 주제를 유포하며 여론을 조장했고, 관련 기관에도 비야디를 고발했다. 그러나 모든 조사 결과 문제 없음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글은 몇 시간 후 삭제됐다.

■ 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반(反) 내몰림’ 목소리

최근 몇 년간 중국 자동차 시장은 가격 인하 경쟁이 심화되며 심각한 ‘내부 경쟁’ 상태에 빠졌다. 2024년 들어서만 200개 이상의 차량 모델이 가격을 인하했고, 특히 5월에는 100개가 넘는 모델이 인하 전쟁에 동참했다.

시장 내에서는 비야디가 점유율 30%를 차지하며 독주하고 있으며, 지리와 장청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들은 적자에 시달리며 가격 경쟁에 끌려들고 있다.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자동차산업위원회 왕샤(王侠) 회장은 “무분별한 가격 경쟁은 제품 품질과 서비스에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로막는다”며 우려를 표했다.

2023년 7월,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는 10여 개 자동차 기업과 함께 ‘공정 시장 질서 유지 공동 서약서’를 체결했으나, 내몰림 현상은 오히려 가속화됐다.

이후 CAAM은 다시 한 번 ‘업계 건강 발전을 위한 제안’을 내놓으며, 공정 경쟁과 규제 준수를 촉구했다. 해당 제안서에는 “5월 23일부터 일부 기업이 대규모 가격 인하를 선도하며 시장에 불안을 조성했다”는 표현이 포함됐다. 이날은 마침 비야디가 22개 모델을 최대 5.3만 위안(약 1,150만 원) 할인하는 대규모 판촉을 시작한 날이다.

이에 다수 업체들이 따라나서며 가격 인하 경쟁이 재점화됐다.

이번 포럼에서도 ‘반(反) 내몰림’은 가장 큰 화두였다. 업계 대표들은 “무차별적 가격 경쟁은 전체 산업의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입을 모았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 업계의 과열 경쟁 행태를 강력히 단속할 것”이라며, “공정하고 질서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 소비자 이익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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