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자상거래, 이상에서 현실까지는 얼마나 먼가?

AI가 전자상거래에 진입한 건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플랫폼 입장에서 AI는 새로운 ‘생산력’이 되고 있다. AI 쇼핑 도우미, 디지털 휴먼 라이브 방송, AI 가상 피팅 등의 새로운 기능은 주요 전자상거래 앱에 속속 등장했다.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가능성’은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플랫폼이 상상하는 것처럼 매끄러운 경험은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일반 소비자에게 전자상거래에서 AI의 가장 강한 인상은 어쩌면 ‘소금도 기름도 먹지 않는’ 챗봇일 것이다.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자동응답, 내 말을 이해하지도,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오히려 사용자가 정해진 대화 포맷을 따라야만 한다. 결국 감정이 상한 소비자는 “사람 상담사로 연결해 달라”를 연달아 입력하게 된다.
AI 알고리즘과 대형 언어 모델의 학습 비용은 결코 적지 않다. 그렇다면 AI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징둥(京东), 타오바오, 더우인(抖音) 등의 플랫폼은 과연 예상한 효과를 거두고 있을까? 그 답은 소비자들의 실제 체감에서 일부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01. 일반 사용자들은 AI 전자상거래 기능이 유용하다고 느낄까?
일반 소비자에게 전자상거래에서의 AI는 여전히 ‘탐색할 가치가 있는 영역’처럼 보인다. 마치 보상이 충분하지 않으면 탐험하고 싶지 않은 오픈월드 게임의 미션처럼 말이다.
대표적인 예는 대부분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도입 중인 AI 쇼핑 도우미(가이드) 기능이다.
5월, 샤오위(小余)의 친구 생일이 다가왔다. 친구 몇 명이 함께 3,000위안 이내의 선물을 준비하기로 했지만, 뭘 살지 좀처럼 결정하지 못했다. 누군가 추천해 준 타오바오의 ‘타오바오 웬웬(问问)’ 기능을 써보기로 했다. 이는 2023년 9월부터 테스트된 AI 쇼핑 도우미 기능이다.
하지만 샤오위는 해당 기능을 찾느라 한참 헤매야 했다. 타오바오 메인 페이지에 보이지 않아 결국 직접 검색창에 입력해 ‘샤오타오(小淘)’라는 가상의 인물과 채팅하는 인터페이스에 들어갔다.
UI는 평소에 자주 쓰는 Deepseek이나 ChatGPT와 비슷했지만, ‘샤오타오’는 먼저 말을 걸어왔다. 최근 샤오위가 향초와 인테리어 소품에 관심이 많을 것 같다고 추측하며 몇 가지 상품을 추천한 것이다.
하지만 샤오위는 얼마 전 친구 결혼식 선물로 향초를 이미 선물한 적이 있었고, 이 추천은 과거 검색 기록 때문이라는 걸 짐작했다. 그녀는 “선물처럼 선택지가 넓은 상황에서는, 먼저 큰 범위를 제시해주고 세분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AI는 시작부터 범주를 너무 좁혀버린다”고 말했다.
다른 사용자인 부부(布布) 역시 “이 기능은 그냥 홈 화면의 ‘당신이 좋아할 만한 상품’이랑 다를 게 없다”고 평했다.
샤오위는 결국 ‘당신이 좋아할 만한 상품’ 목록으로 돌아가 직접 “3,000위안 이내 젊은 여성을 위한 선물”이라고 입력했다. 그러자 샤오타오는 “선물 고르기는 기술이 필요하죠! 기쁘게 해주고 싶은가요, 감동을 주고 싶은가요?”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ChatGPT에 익숙한 샤오위는 “초보 AI 같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보통 샤오위는 이런 경우, 샤오홍슈(小红书)나 도우반(豆瓣)의 ‘선물 그룹’ 같은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의 실제 추천 리스트를 참고한다. 가격대별, 대상별로 세심하게 정리된 게시물들이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타오바오 AI가 ‘상황 인식’을 하려는 시도는 하고 있으나, 추천이 비논리적이고 일관성 없이 산만하며, 성별 고정관념도 존재한다고 느꼈다. 예를 들어 “여자에게는 향수나 원피스, 화장품” 같은 전형적인 추천이 많았고, 실제로 그들과 친구들이 고른 건 대부분 전자기기였다.
AI는 현실의 소비자가 고민하는 예산과 감동의 균형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샤오위는 “3,000위안 이내”라는 말은 “3,000위안 근처 또는 그 이하”라는 의미였는데, 일부 AI는 300위안짜리 선물을 추천해 실망스럽기도 했다. “비교해보면, 그래도 타오바오 AI는 가격대도 적절하고 품질 괜찮은 상품 링크를 여러 개 제공하긴 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그녀와 친구들은 원래 논의했던 선물 중 하나로 선택했다. AI로 간단히 해결하기엔 여전히 ‘선물 고르기’는 어려운 과제였다.
이 밖에도 AI와 ‘닭이랑 오리 대화’하는 듯한 웃픈 상황은 많다.
예를 들어 더우인의 AI 쇼핑 기능에 “할머니 선물로 뭐가 좋을까?”라고 물었더니, AI는 오히려 “그분의 성별은 무엇인가요?”라고 되묻는 식이다.
02. 조용히 AI에 올인 중인 전자상거래 대기업들
소비자들은 일부 기능을 시험 삼아 써보는 정도지만, 타오바오, 징둥, 핀둬둬, 더우인 등 플랫폼 입장에서 AI 도입은 명확한 전략이다.
AI 기술은 운영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며, 더 높은 수익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타오바오의 ‘AI 비서 Quick’는 소규모 팀 형태로 운영되며, AI 직원이 데이터 분석, 전략 수립, 매장 운영 등을 자동으로 수행한다. 이를 통해 인건비가 약 70% 절감된다.
징둥에서는 ‘말하는 AI 디지털 휴먼’이 5,000여 브랜드의 방송을 지원해 누적 시청자 수 1억 명을 넘겼고, 21명의 디지털 임원도 라이브 방송에 등장했다.
콰이서우는 ASR 모델을 도입해, 실시간으로 방송 내용을 분석해 자동 댓글을 생성하고,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돕는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AI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친구하자(交个朋友)’ 라이브 방송팀은 Deepseek을 도입해, 원고 작성, 스크립트 분해, 자막 최적화, 콘텐츠 심의까지 대부분 AI가 수행한다. 2024년 618 행사에서 “90% 이상의 방송 대사는 AI가 초안을 쓰고, 사람이 교정한다”고 밝혔다.
AI + 전자상거래의 이상적인 그림은 이렇다:
플랫폼이 AI 기술을 통해 상인을 도와 비용을 줄이고, 그 여유로 신제품 개발에 집중한다. 실제로도 AI는 플랫폼과 상인에게 확실한 혜택을 주고 있다.
03. 데이터에서 ‘사람’으로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AI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존재’다. 특히 쇼핑에서는 감정적 교류가 중요한데, AI는 아직 여기에 도달하지 못했다.
아이미디어 리서치(iimedia)에 따르면, 45.5%의 소비자가 ‘가끔 AI를 사용한다’고 답했고, 33.7%는 ‘필요할 때만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AI 전자상거래의 복잡한 상황 대응 능력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뜻이다.
많은 브랜드가 인력 감축과 AI 전환을 빠르게 시도했지만, 다양한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기는 아직 어렵다. 특히 CS 분야에서는 고객이 반복해서 문제를 설명해야 하고, AI가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해결책이 부실한 경우가 많다. 반복해서 “사람 상담사로 연결”을 외쳐야만 가능하다.
AI는 ‘성실히 일하지만 고집 센 직원’처럼 보일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설계된 대로 ‘최대한 도와주려는 자세’를 보이지만, 사용자는 피곤하고 지친다.
현실의 소비자는 구매 직전에 감정이 요동치고, 서비스 품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선물 실수, 제품 하자 등 민감한 상황에서 기계적인 답변은 오히려 분노를 더 키운다.
감정적 위로, 섬세한 제안, 기분 좋은 대화—이 모든 것이 ‘사람 같은 AI’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플랫폼들은 ‘데이터 기반의 AI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다음 단계는 ‘AI에서 사람으로’의 진화다. 즉,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 깊은 개인화를 구현하고, 인간의 복잡한 욕구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결론: AI는 마법사가 아니다, 인간에 대한 감각이 해답이다
타오바오는 이미 검색, 추천, 광고, 상품 등록 등 거의 모든 쇼핑 과정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미래에는 사용자 생애 주기 전체를 아우르는 AI 전략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한 사용자가 플랫폼에 접속하면, 단지 ‘실시간 추천’만이 아닌, 과거의 구매 기록과 향후 취향 변화까지 예측해서 추천해야 한다. 순간의 클릭률이 아니라, 장기적인 신뢰 관계와 감정적 연결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Prosus & Dealroom의 보고서는, 미래의 AI는 “24시간 쇼핑 어시스턴트”가 될 것이며, 더 복잡하고 섬세한 상황까지 대응하게 될 것이라 예측한다.
하지만 소비자의 니즈도 끊임없이 진화한다. 경쟁이 치열한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사소한 실패는 큰 격차를 만든다.
궁극의 해법은 ‘AI에만 맡기면 다 된다’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읽는 감각을 유지하며, 끊임없이 AI를 발전시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야 AI는 진정한 ‘강화 도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