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중국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의 신성으로 떠올랐던 DeepSeek가 최근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 등 중국 빅테크의 폐쇄적인 플랫폼을 위협하며 “가장 혁신적인 AI 스타트업”으로 불렸지만, 올해 상반기 들어서는 경쟁 모델들의 급속한 발전 속에 존재감이 다소 희미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DeepSeek는 2024년과 2025년 초까지 뛰어난 벤치마크 점수와 경량화된 오픈소스 전략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2025년 1분기까지는 중국 내 LLM 기반 서비스 사용자 조사에서 2위를 차지하며 바이두의 Ernie 4.0을 바짝 추격하는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2분기부터 시장의 인기는 급격히 다른 방향으로 쏠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시노AI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중국 LLM 서비스 시장 점유율은 바이두의 Ernie Bot이 34%로 1위를 굳혔고, 알리바바의 Tongyi Qianwen이 27%로 2위, 텐센트의 Hunyuan이 19%로 3위를 기록했다. DeepSeek는 12%에 머물며 4위로 밀려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DeepSeek가 초기에 강점을 보였던 오픈소스 생태계가 이제는 차별점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의 CTO는 “DeepSeek가 공개한 경량화 모델은 스타트업과 개발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대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생태계 연계와 안정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바이두나 알리바바에 비해 부족했다”며 “결국 자금과 인프라에서 우위를 점한 빅테크들이 후속 모델을 빠르게 출시하며 주도권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특히 바이두는 올해 5월 발표한 Ernie 4.5에서 인간과 유사한 대화 능력과 코드 생성 성능을 크게 끌어올리며 호평을 받았다. 알리바바는 Tongyi Qianwen 3.0을 출시하며 업무 자동화와 멀티모달 기능을 강화해 기업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였고, 텐센트도 자사 메신저와 연계된 Hunyuan 모델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며 추격에 나섰다.
물론 DeepSeek의 기술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최근 공개한 최신 모델은 여전히 중국어 자연어 처리에서 경쟁력 있는 성능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 스타트업 고객과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는 여전히 인기가 높다. 하지만 “시장 대세”를 논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베이징대 AI 연구센터의 한 연구원은 “DeepSeek는 여전히 개발자 친화적인 플랫폼으로서 의미가 있지만, 현재 중국 AI 시장의 중심축은 빅테크가 구축한 클라우드 생태계와 산업별 특화 서비스에 있다”며 “이 격차를 줄이지 못하면 점유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바이두와 알리바바는 하반기에도 차세대 모델을 예고하며 경쟁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빅테크와 신흥 강자들의 각축 속에서 DeepSeek가 다시 한번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